인생 에필로그-그 마지막

인생 에필로그-그 마지막

석두 5 6,933
자매간 성격은 닮을까? 틀릴까?
다음날 미화당 백화점 건너편 뉴욕제과 근처쯤 이층다방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다방은 젊은이들을 위한 음악다방이였다. 그곳에 군복 입은 내가 앉아 있으려니 아주 어색했다. 어느새 나는 나이를 두어살 더 먹고 있었던 거다.
염이 동생 이름은 아직도 생각나지 않는다는거는 그 이름 떠 올릴 일이 없어서 말 그대로 망각해버린것일거다. 어렷붓하게는 경자나 완자가 생각나기는 한다만 글자 석자가 조립이 안된다. 그냥 그녀라라 부르자.
그녀는 주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 대신동 동아대학에 다닌다는거와 언니의 자살사건으로 자기에 대한 오빠들의 간섭이 거의 없어져 오히려 덕을 본 셈이라나. 그런 애기 다음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린다.
나에 대해서는 군대 일찍 간걸로 아는데 왜 아직 제대를 안했느냐?
계급은 병장도 아니잖느냐?
언니 생각은 안나드냐?
그리고 결정적 한마디가 나를 흔들어버립니다.

"형부, 언니 대신 날 사랑해주면 안될까요?"

나는 지금 지옥에 있습니다. 우선 탈영병 신세입니다. 물론 출장증에는 며칠 연기된 날짜가 있습니다만 곧 그 날짜도 지나면 헌병에게 걸리는 날이 영창에 갑니다.
그리고 기약없는 감방생활이 되겠지요. 오히려 내 앞날은 그건 피할 수가 없는 필연입니다만,
나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살아있을때 그렇게 집요했던 염이가 다시 나를 흔듭니다.
죽어라 하고 흔듭니다.
군 교도소 갔다 나와서 다시 복역하다 또 뭔가 사고치고 또 들어가고 나와서 또 사고치는 늙은 군재소자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죽었으면 죽었지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처한 상황은 내가 저진 것이 아닙니다.
그냥 니나노집 색시와 거시기 할 자금 마련한다고 군수품 빼돌린 윤중사의 대책없는 행위로 코너에 몰린 것입니다.
자염이가 자살할 때 그 상황이 되지 않는 길은 여럿 있었는데도 모든 것들이 외면해 버렸습니다.
당시 나도 그렇게 내 몰리고 있었습니다.
"언니 대신 날 사랑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군대를 벗어날 수 있습니까? 언제 나는 제대라는 걸 경험할까요?
자염이 동생이 속삭입니다. 날 사랑해 주세요. 글세, 제대를 해야 사랑하고 말고가 아닌가
속으로그냥 씩 웃었습니다. 아니 실제로 아마 그렇게 웃었습니다.
"다음 만날 날 있으면 그 때 얘기하자. 나 간다"
음악실 앞 학사주점은 없어지고, 출장 다니면서 그 근처 막걸리 맛 좋은 곳을 단골 삼은 집이 있습니다.
어제 염이 동생 만난 술집은 남포동 입구에 있는  통기타 연주해주는 막걸리집입니다.
 그날 단골 술집 희정이네 가게에서 술 좀 마시고, 약방 가서 마이날 몇 알 사서 술과 함께 마시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저녁밥 얻어먹고 거리를 나갑니다.
거리가 깜깜합니다. 내 앞으로 환한 불빛이 휑휑 지나갑니다. 여기가 어딘가?
정신을 가다듬어보니 맙소사!
부산에서 제일 넓은 도로 중앙선을 밟으며 휘청휘청 비틀비틀 내가 걷고 있었습니다,
곧 영주동 파출소에 잡혀가서 헌병대에 이첩되는것 까지 기억하고 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저녁 먹기 전 빈속에 마시고 먹은 수면제와 술 탓입니다.
눈을 떠보니 철장 안입니다. 옆에는 호송서류 패치가 놓여있습니다. 서류봉투에는 기밀문서이니 함부로 관계자 외는 개봉 엄금이란 경고문이 쓰여 있습니다. 잠시 후 불리어 나가니 당직하사가 웃으며 가랍니다. 그러면서 권아무게 동기 보거든 고맙다해랍니다.
아마 내가 정신 없는 상태에서 이런저런 취조에 답하면서 15P에서 석두만큼 말썽부리는 권아무게 헌병의 동기라고 얘기한 모양입니다.
내가 헌병백차에 실려 간 곳은 지금 대청동 인쇄타운 옆의 엘지패션 매장이 있는곳에 헌병대 분소이였다. 오전 10시쯤 되었을거다. 길에 나서는데 만년필 잡혀서 술 사준 삼용외 딱 마주쳤다. 그는 그지음 국제시장 1공구에서 철물점 점원이였다. 그가 사주는 칼국수를 먹고 헤어진 나는 있는 돈 몽땅 이 약국 저 약국 돌며 세코날 마이날을 사 모우는데 아무리 봐도 치사랑이 안되는것 같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염이 동생이 다닌다는 동대 뒤로 구덕산 자락이 있습니다. 때는 1970년 2월초입니다.
나는 그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깊은 산에서 비록 치사량은 안되지만 아직은 겨울이라 약 먹고 잠들면 저체온증으로 얼어죽는다.
 나의 계획입니다.
산 속은 인기척 하나 없습니다. 안으로 계속 들어갑니다.
그리고 길 옆에서 작은 옹달샘을 봅니다.
약을 한입에 털어넣고 옹달샘에 엎드려 굴꺽 굴꺽 물을 마십니다.
담배를 한대 피웁니다. 담배연기가 차거운 지는 산 공기 속으로 퍼져나갑니다.
얼핏 승학산 넘어가는 태양이 담배연기 속에서 보인 것 같습니다. 

Comments

거리
연기속에 비치는 태양...,
왠지 바람과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같아요..., 
★쑤바™★
마지막 아니구만 머..-_-;;; 
mamelda
왜 그러셨어요???? ㅡㅡ^ 
아침이오면
그때 글의 연재신가보군여.. ^^
정말 마지막이 아닌것 같은데.. =_= 또 계속 올리주실거져? ^^ 
명랑!
마지막이 아니잖아요! ^^... 아흐.... 더 궁금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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